new 새 여행기 작성
새 여행기 작성
긴 여행 긴 거기를 따라 걷는 여행은 변화를 느끼기 마련이다. 강원도 최북단에서 시작해 경상도 최남단으로 향하는 길인 만큼 다양한 변화가 있기 마련이다. 어느새 바뀐 매일 아침과 저녁을 함께 하는 아날로그 라디오의 주파수가 그랬고, 해 뜨는 시간 또한 그랬다. 여행 초반에는 6시에 일어나도 충분히 마주했던 일출이 이제는 5시 30분에는 일어나야 해를 마주할 수 있었다.
지난밤 해안도로에서 자서 그 어느 때보다 가까운 바다와 일출을 느끼며 또 다른 길을 이어간다. 한동안 오트밀만을 먹으며 아침을 해결했지만, 이 날은 서울에서 찾아온 동생 덕에 육개장 칼국수 라면으로 추위와 배고픔을 한번에 해결하고 길을 나서게 된다.
불편한 잠자리와 어색한 공기 속에서 일어나는 아침은 분명 일반적이지는 않다. 그런데 늘 나보다 앞서서 일어나 일을 하고 있는 어부분들을 보면 그 부지런함이 대단하다 느껴지기 마련이었다.
앞으로 남은 코스가 약 13구간인 해파랑길. 아무리 늦어도 13일 안에 끝난다는 말이기 때문에 길 위의 조급함은 사라지고 있었다. 그런데 문제는 역시 날씨다. 라디오를 통해 이번에도 미리 비온다는 소식을 들을 수 있었고, 이러한 날은 왠만하면 지붕이 있는 곳에서 자는 게 낫다는 생각이기에 목표를 길 위의 어느 정자나 벤치 같이 지붕이 있는 곳에서 자는 걸 목표로 삼고 길을 나서기로 했다.
바다를 따라 온갖 잡생각을 하며 걷게 된다. 얼마 남지 않았다는 생각 때문이겠지만, 언제나 길의 끝 실감이 나기 시작하면 그 길의 의미가 조금씩 달라지기 시작했다. 부산의 오륙도라는 마지막 지점을 향하는 길. 그 이후에는 어떻게 될 것인가. 물론, 이 질문에 대한 답은 이 길이 끝날 때까지 함께 하고, 그렇다고 답을 찾을 수 있을지는 알 수 없는 상황이다.
시골이라 그런지 유난히 반려 동물들이 자유롭게 돌아다니는 걸 볼 수 있다. 그런데 좀처럼 볼 수 없는 목줄(?)이 있는 고양이를 해파랑길에서 벌써 3번째 만나게 된다. 뭔가 자유로움의 상징과도 같은 길냥이는 아니기에 반려묘라는 생각은 들었다. 그런데 목줄은 뭐랄까. 좀 고양이한테는 안어울리는 묘한 느낌이다. 그래서 묘한건가?
반면에 귀여운 강아지들은 목줄에 풀려있지만 늘 경계로 가득한 큰 개들은 조금 무서울 때가 많다. 희한하게도 지나갈 때는 꼬리를 흔들다가다도 가까이 가면 왜 짖는지 모르겠다. 하지만, 동물을 좋아하는 나로서는 이렇게 반복되는 바닷가의 길 속에 또 다른 재미를 선사하는 게 이러한 동물들이었다.
때로는 막힌 길을 돌아 가기도 하고, 바닷가를 따라 어촌의 일을 구경하면서 계속해서 길을 이어간다. 이름 모를 생선이 노끈에 매달려 있기도 하고, 작은 멸치 같은 것들로 가득한 그물이 펼쳐져 있기도 했다. 혹시, 이러한 생선 때문에 고양이들을 목줄을 했나? 뭔가 갑자기 이유가 있었구나 하는 생각이 들게 된다. 고양이 한테 생선을 맡긴 격이라는 말이 있을 정도니 고양이의 자유로움은 어촌에서 안되는 일이 당연한 것일지도 모른다.
길을 가다보니 어느새 양포항이 얼마 남지 않았다. 어제는 어중간한 도로에서 잤기에 얼마나 걸은지는 모르겠지만 생각보다 빨리 걸었다는 느낌은 있었다.
앞에는 잠시 산을 올라가는 길이 있어 정자에서 쉬어가기로 했다. 그 때 주변에서 공사일을 하고 있는 내 또래의 사람이 다가왔다.
"여행 중이신가봐요?"
"해파랑길 걷고 있어요.."
"국토대장정 이런거죠? 저도 제대하고..."
다가올 때부터 뭔가를 갈망하고 있는 눈빛인거 같긴 했었다. 군대를 끝내고 국토대장정을 하고 싶었지만 시기가 맞지 않았다는 그는 제주도의 국토대장정을 신청해서 재밌게 하고 왔다고 말했다. 신기한건 남녀 성비를 맞춰 팀을 결성해 해안도로를 걷는거 였다. 뭔가 신기한게 참 많이도 생겼다. 그는 혼자만의 여행과 다른 이를 만나서 즐기는 여행의 맛 둘 다를 아는 듯 했다. 한편으로는 부러운지 나에게 말했다.
"진짜... 이렇게 짐들고 국토종주 하고 나면 뭐든지 할 수 있을거 같아요."
"뭐.... 여행 끝나고 1~2주만 지나면 원래되로 돌아가지 않을까요? 크크"
"하긴.... 군대 끝나고랑 똑같은거 같기도 하네요 하하."
대화를 하던 중 그는 상사의 부름을 밭고는 무언가를 찾으러 갔다. 지금은 마을 도로를 공사 중인데 경주도 이제 해파랑길 조성에 신경을 쓰고 있다는 말을 했던 그. 짧은 휴식시간에 여행자와 대화를 나눈 그가 또 다른 여행을 조만간 떠나기를 바라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