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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APPORO
BIEI
삿포로에서의 둘째 날도 끝나갔다. 매번 느끼는 것이지만, 3박 4일로 떠나는 여행은 짧다. 언제나 그랬지만, 이번에도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바쁜 현대사회에서 4일 이상 시간을 내는 것은 쉽지 않기에 최대한 이 짧은 시간을 아끼고, 효율적으로 써야만 했다. 둘째 날의 일정은 삿포로의 모든 일정 중 가장 타이트했다. 새벽 6시에 일어나 아무도 없는 흰수염 폭포를 즐겼고, 청의 호수와 크리스마스트리를 만났다. 또, 함박눈이 내리는 아사히다케(산)를 트래킹했고, 시계탑 정상에서 눈 덮인 마을을 감상했다. 하루에 모든 것을 해냈고, 이제는 둘째 날의 마지막 코스만 남겨두고 있다. 담배 종류 중 마일드세븐의 표지가 되었던 나무가 있는 <마일드세븐 나무>와 숙소 근처에 위치한 <닝구르 테라스>를 끝으로 하루를 마무리 하기로 했다.
삿포로 여행은 억울함이 조금 묻어있는 여행이었다. 해가 4시면 진다. 어둠이 찾아오는 4시가 되기 전 모든 여행을 마무리해야 됐다. 시계탑에서 마일드세븐 나무가 있는 곳까지 거리는 15분. 이미 시간이 3시가 조금 넘었기에 빠르게 움직일수밖에 없었고, 얼마 즐기지 못할 마일드세븐을 짧은 시간이지만 최선을 다해 느껴보기로 했다.
마일드 세븐 나무는 마일드 세븐 언덕이라고도 불리는 곳이었다. 일본의 유명 담배 <마일드 세븐> 지금은 뫼비우스라고 불리는 담배 광고에 출연하여 유명해진 곳이다. 담배 갑에도 이곳 나무가 일러스트로 그려지기도해 유명도는 더 많이 치렀다. 능선을 따라 일렬로 서있는 나무들과 푸른 하늘이 조화를 이루는 풍경으로 인기를 끌었다. 하지만, 지금은 나무 대다수를 벌목하여 과거보다는 그 아름다움이 덜하다고 했다. 하지만, 여전히 내 눈엔 아름다웠고, 소복이 쌓인 하얀 눈이 이곳을 가득 채워 오히려 비워진 자리가 더 아름답게만 느껴졌다.
짧은 시간 마일드 세븐 나무와 시간을 보냈다. 이곳은 너른 들판이 특징이기에 사방에서 바람이 불어댔다. 제주에서나 느낄 수 있었던 칼바람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었던 마일드 세븐 언덕. 아름답고 예쁜 곳이었지만, 시간을 오래 보내기엔 어려운 장소였다. 해가 지는 타이밍에 맞춰 오길 오히려 잘했다는 느낌이 드는 순간, 우리는 마일드 세븐과의 만남을 끝내기로 했다.
다시금 렌터카에 올라 숙소가 있는 후라노로 향했다. 바깥에서 계속되는 추위를 경험해서일까. 숙소의 온천이 너무나도 그리웠다. 차창에는 눈 사이에 우두커니 서있는 집과 멈춰있는 대관람차가 담겼다. 어둠이 몰려오니 쓸쓸해 보이는 풍경. 이곳에 얼른 빛이 들어오길 바랐다. 그러는 마음을 먹다보니 어느새 우리는 숙소가 있는 후라노에 다다를 수 있었다.
후라노에 도착해 가장 먼저 한 것은 저녁 식사였다. 점심으로 로손에서 가볍게 요기거리를 채운 것 외에는 하루종일 먹지 못했다. 삿포로를 여행하면서 그런 일은 계속 되긴 했다. 해가 일찍 지기에 하나라도 더 보기 위해선 식사를 포기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물론, 우리는 준페이에서 점심 겸 저녁을 먹으려 했지만, 그것마저 마감으로 실패했다. 그렇기에 우리는 후라노에서 식사를 가장 먼저 했고, 메뉴 또한 준페이와 같은 카레로 정했다.
후라노의 카레집은 이름부터 독특했다. 세상에서 자기 혼자 잘났다고 뽐내는 태도를 말하는 <유아독존>이 식당 이름이었다. 범상치 않은 이름. 이곳은 들어가는 입구부터 식사를 끝내는 순간까지 이름 값을 하는 곳이었다. 구글지도의 평이 좋아 들아간 유아독존은 오므라이스와 카레라이스가 주된 메뉴였다. 금액은 솔직히 좀 사악했다. 3만 원이 조금 안되는 카레. 과연 그 값어치를 할 수 있을까 싶은 마음이 들었다. 실제로 식사 후, 3만 원의 금액으로 먹기에 만족스러운 맛은 아니었다.
하지만, 분위기와 식당의 유쾌함은 좋았다. 카레는 리필이 됐는데, 리필을 하려면 룰루룰루룰루라는 구호를 외쳐야했다. 그러면 사장님이 직접 나와 카레를 리필해주었다. 그런 유쾌함과 친절함, 매장의 분위기는 합격점을 주기에 충분했다.
식사를 마치고, 마지막 장소인 닝구르 테라스로 향했다. 홋카이도의 중심에 위치하는 후라노의 숲. 그곳에는 요정이 살 것 같은 집이 있다. 밤이면 주황빛이 아름답게 빛나는 이곳은 닝구르 테라스로 유명한 곳이었다. 15개의 동으로 이루어진 가게는 통나무집으로 지어져 있으며 가게에는 직접 손으로 만든 수제 공예품들로 가득한 곳이었다.
특히, 나무로 만든 수공예품들과 금속으로 만든 공예품들이 많았던 닝구르 테라스. 관심을 끌만한 아기자기한 물품들이 즐비했던 이곳은 저녁이 되면 방문하기 좋은 곳이었다. 15개의 가게를 하나하나 다 돌며 다양한 물건들을 만날 수 있었던 닝구르 테라스. 가장 눈에 띄었던 건 망원경 같이 생긴 원통이었다. 작은 구멍을 들여다보면 그 안에 패턴이 비쳐 요리조리 움직이는 재미가 있었다. 가격이 조금 저렴했다면 구매했을텐데, 수공예품이라 금액이 비싸 구매는 어려웠다. 하지만, 삿포로 여행 중 이런 공예품을 만날 수 있는 곳이 많지 않기에 그저 신기하고, 즐거운 경험이었다.
밤을 아름답게 빛낸 후라노의 닝구르 테라스. 사실 삿포로는 밤이 되면 할 것이 많지 않았다. 닝구르 테라스는 그런 밤을 채워주는 소중한 장소였다. 둘째 날의 밤까지 화려하게, 그리고 따뜻하게 채워준 닝구르 테라스. 만약 비에이 지역을 여행한다면 밤에 이곳을 찾는 것을 추천하고 싶다. 하지만, 겨울 날, 닝구르 테라스 내의 길 전체가 미끄러워 펭귄처럼 종종 걸음을 걸어야한다는 단점과 가게 주인들이 그리 친절하지 않다는 단점이 있으니 이는 충분히 참고해야하는 사항이다.